가을 우수
가을 우수
- 여강 최재효
가을을 찾아 헤매고 있다
사람들도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있을 테지
낙엽이 지면
여린 사람들은 잃어버린 추억을 찾아 나선다
마른 나뭇잎이 바람에 날리고
적막한 산사에서 말씀이 흘러나올 때
보이지 않던 형상(形狀)들이 고개를 들고
벌떼처럼 사정없이 달려들기도 한다
높이 솟아오른 하늘에 별들이 촛불을 밝히고
달도 일찍 귀가한 밤에는
아프로디테에게 미움을 받은 영혼들은
가을 잎에 마지막 연서(戀書)를 쓴다
낮에 해가 있으면 밤에 별이 나오 듯
사랑을 원하면 이별도 각오해야 하는 법
밀어(蜜語)는 곧 독약이 아니던가
그럼에도 우리는 그 독약을 즐겨 마시곤 한다
세상에 참사랑이 어디 있으랴
사랑이란, 판도라의 상자인 것을
사람들은 실연(失戀) 뒤에 눈치채고 가슴을 친다
하지만 가을이 조용하면 왠지 수상쩍다
- 창작일 : 2017.10.18. 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