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우(海雨)
- 여강 최재효
오뉴월 지나 붉은 칠월로 접어들었네
꿈결로 들리는 낙수(落水) 소리에
잠은 멀리 달아나고
온갖 잡념들 집요하게 달려들어 뇌수를 파먹네
비바람에 여름 꽃잎 무참히 부서지고
방초는 해풍에 춤을 추는데
잠을 잊은 바닷새들 무슨 사연이 저리 많은 지
먹빛 물 위를 어지럽게 나네
나이 들어감에 우수(憂愁)는 천길로 쌓이고
내일을 알 수가 없어라
손발이 묶인 허수아비 같은 신세
아득한 추억 들춰내 소소하게 위안을 삼네
천만리 꿈속에 구름 자욱하고
반백년 무거운 마음은 더해만 가는데
거칠고 하얗게 탈색된 살쩍이
타관 나그네 심사(深思)를 말해주네
마왕같은 비 그치고 날이 밝으면
거짓말처럼 천지에 여름꽃 화사하고
버들색은 깊어만 갈 테지
사내 우묵한 시선은 바다 끝에 닿아 있을 테고
- 창작일 : 2017.7.8일 [04:30]
강화도 화도면 흥왕리에서
[주] 살쩍 - 귀밑 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