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우(3)
원우(怨雨)-3
- 여강 최재효
자주 이는 흑운(黑雲)으로 인하여
잠시 지만
일월(日月)이 할 일이 없어지고 말았다네
먼데 고향을 지운 한 나그네 대취하니
문득 신명(神明)이 크게 걱정하여
수마(睡魔)를 보내 경계토록 하네
한 글자 꿰맞춰 노래 부르고
한 문장 이루고 즐거이 읊조리는데
저 멀리 있는 인연(因緣)들 쓸쓸히 흩어지네
차양 위에서 부서지는 빗방울 소리에 맞춰
각혈(咯血) 하였고
청광(淸光)이 두려워 밤새워 속죄하였네
아아, 어리석은 이가 누구를 탓하리요
백년을 천년으로 오인한 죄
무엇이든 한번이라는 것을 순간 망각한 대역죄
구절마다 깊은 회한(悔恨) 서려있고
노래마다 아쉬움이 천길로 쌓이는데
이승에는 순한 지음(知音)이 없는 듯 하여라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환한 밤
나그네는 빗물이 있어 위안 받고
눈물이 흘러 옛일을 겨우 지울 수 있었네
- 창작일 : 2017.7.4. [22:23]
인천 남동구 구월동 “여강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