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강 최재효
2017. 7. 2. 23:36
광우(狂雨)
- 여강 최재효
수백일 동안 가물어
천지가 빨갛게 타들어가더니
해를 삼킨 먹구름이 몰려들었네
언제 뇌우(雷雨)가 이리도 반가웠던가
서쪽 마른 바다부터 뽀얗게 흐리더니
골목길 촘촘한 집들 물 속에 잠기네
담장에 만발한 능소화는
색깔이 더욱 선명한데
떨어질까 두려워 눈을 떼지 못하네
좁은 길로 고양이들 짝지어 몰려다니고
새들은 날개깃을 터는데
눈을 감으니 옛 생각은 벌써 먼 곳을 달리네
뇌성벽력(雷聲霹靂)이 난폭하여
금방 비는 그치지 않을 터
나그네 하얀밤에 전전반측할지니
- 창작일 : 2017.7.1. 23: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