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인 이유
내가 나인 이유
- 여강 최재효
어릴 때 팽이를 많이 돌리고
연(鳶)도 수시로 알 수 없는 곳으로 날렸답니다
어디 그뿐인가요
잡은 물고기도 놓아주고
잡새들에게 먹이도 듬뿍 주었는걸요
공자님 말씀 중에 이런 말이 있다지요
水至淸則無魚 人至察則無徒
즉, 물이 너무 맑고
사람이 무척 까탈스러우면 외롭다고요
저는 이 말 뜻을 아직도 알지 못합니다
하기사, 꽃피는 계절이 되면
진한 분 냄새에 취하고
찬바람 불어오면
그윽한 주지(酒池)에 빠져 허우적거리니
무엇인들 눈에 들어왔겠어요
인생 고개를 넘다 수시로 넘어지다 보니
겨우 정답을 알 것 같더라고요
지금껏 내가 ‘사람’으로 대접 받은 일과
하늘을 몰래 훔쳐 본 일이
얼마나 어마어마한 일이었는지
- 창작일 : 2016. 11. 9. 2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