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러진 달을 위한 애상곡
이지러진 달을 위한 애상곡
- 여강 최재효
내 어머님의 백대(百代) 선조(先祖)이신 어머니
내 아버님의 천대(千代)이신 먼 조상님
천억 만리 아득한 나의 만대(萬代)가 지난 혈손들
그들 위 아래로 꿈결처럼 무량한 인연들이여
눈빛이 맑을 때 초저녁 동녘 하늘을 바라보소서
빈한한 어느 나그네 창가에 가을 전령(傳令)이 오니
때를 맞추어 달빛이 소복이 쌓이네
풍진(風塵)에 광휘(光輝) 널리 퍼져있어도
눈빛 흐린 이승 사람들 땡전 한 푼에 목숨 걸면서
생사(生死)를 구분하지 못하고 부나비 같네
진도 팽목항에서 허망하게 사라진 생떼 같은 아이들
잉카 제사장의 못된 관습에 원혼이 된 금쪽같은 생명들
당신의 붉은 모습에 놀라 야수가 된 중세 북유럽의 전사들
그대 아래에서 연정(戀情)을 맹세했던 지상의 뭍 생명들
'이들을 잘 선도하리라' 고민 좀 해 보셨는지요
이 순간 이승에서 마지막 억울한 숨을 몰아쉬는 자들
자궁(子宮)에 매달려 있는 새로운 악의 유정(有精)들
오늘이 마지막 날인 줄도 모르고 날뛰는 망령들
아직도 장장 천년쯤 남아있다고 허언(虛言)을 내뱉는 무리들
이들을 어찌하실 것인지 잘 아실 테죠
명년 봄에도 춘화(春花)는 제 멋에 겨워 만발할 테고
외로운 소쩍새는 밤새워 각혈을 할 테지요
평생 당신만 바라보다가 반쯤 미치광이가 되었답니다
운명인 것을 이제사 무엇을 어찌할까요
내 바라는 것은 모두가 그대의 망부석이 되는 것이랍니다
- 창작일 : 2016.9.4. 19: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