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주의 달(2)
완주의 달(2)
- 여강 최재효
지천명(知天命)도 훨씬 지난 중간쯤에서
겨우 그럴듯한 5품 완장(腕章) 하나 얻어 찼는데
늘 빈한(貧寒)했던 몸으로 지낸 탓이라 그런지
두려운 시선으로 하늘을 바라보네
나는 나를 잘 모르고
하늘은 나를 나보다 더 잘 알고 있는데
뒤늦은 호사(豪奢)가 웬 말인가
천근같은 머리를 숙여 뒤안길을 살펴보네
지난 50평생 동안 늘 바라본 달인데
오늘은 어찌하여 태산보다 더 크단 말인가
어머니는 쟁반같다 하셨고
아버지는 두레반 밥상같다 하셨지
달, 달 무슨 달 쟁반같이 둥근달
어디 어디 떴나. 남산 위에 떴지
달, 달 무슨 달 동전(銅錢)같이 동근달
어디 어디 떴나. 내 두 눈속에 떠있지
이 새벽 아무도 바라보지 않는 저 달
완주의 허허벌판에 선 나그네는 달이 되고 싶었고
달은 늘 초췌(憔悴)한 사내 길동무로 있었지
이제는 두 동무 함께 늙어 다리를 절고...
- 창작일 : 2016.8.8. 02:00
전북 완주군 이서면 용서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