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주의 달(1)
완주의 달(1)
- 여강 최재효
경기도 나그네 전라도 땅에서 잠을 청해 보는데
사방에서 귀신들이 달려들어 자리에서 일어나 앉네
생전 처음 보는 낯선 모습의 달이
슬그머니 창가에 다가와 말을 붙이네
기왕에 늦은 발걸음 초조해 마시게
일보(一步)를 걷나 만보(萬步)를 앞서거나
내가 보기에는 거기서 거기지
나중에 자로 재보면 다 똑 같다네
구품(九品)이면 어떻고
대작(大爵)이면 여기서 무엇을 어찌할 텐가
남부주에서 인간사 일이란, 그저
한 뼘 차이를 가지고 일희일비(一喜一悲)하지
세상에 잘난 바보들이 점점 더 많아지니
옛날보다 훨씬 더 재미가 있으이
생각해보시게 진시황이 지금까지 살아 있는가
인간들이란, 그저 무대 위 소꿉장난감이라네
때 이른 귀뚜라미들은 밤새워 합창을 하는데
까만 허공에 사선(斜線)으로 별똥별이 자유로이 날고
반백년을 돌고 돌다가 다시 제자리에 선
어떤 중년의 두 눈동자에 조용히 물기가 스미네
- 창작일 : 2016.7.10. 19:00
전북 완주군 이서면 용서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