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월 고
만월 고(考)
- 여강 최재효
겨울 나뭇가지 사이로 님이 배시시 웃고 있네
만사(萬事)에 찌든 한 사내
고개들어 조용히 허공을 바라보고 있는데
눈에 물기가 배어 있네
동경(東京) 월랑(月郞) 밤드리 노니다가
들어와 자리 보니 다리가 네히로다
둘흔 내해 엇고 둘흔 뉘해 언고
본디 내해다마는 아아, 엇디하릿고...
저 멀리 노란 무덤 길 가운데로
아득히 가시는 뒷모습을 아지랑이가 가리네
곧 돌아오실까 기뻐 눈을 뜨니
기러기떼 달빛에 젖어 북녘을 나네
님에게 부탁이 있어 이렇게 빌고 비나이다
부귀영화도 싫고
황금을 돌덩이 보듯 할 터이니
님 닮은 해어화(解語花) 한 송이만 남기소서
지천명 훨씬 지나 이순(耳順)에 가까우니
잡히듯 말듯 양명(揚名)은 흩어지고 말았네
봄꽃 활짝 피기를 기다리면서
독주(毒酒)로 속을 태우는데 허허롭기만 하네
- 창작일 : 2016.2.22. 01:30 정월대보름
인천 구월동 驪江齋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