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생의 변(3)
금생의 변(3)
- 여강 최재효
희미한 겨울 별들이 앙상한 숲을 지나가고
거만한 반월(半月)이 속없는 행인처럼 도도하네
새벽이라 거리에 오고 가는 사람 그림자 보이지 않고
남산의 청송(靑松) 조차도 스스로 머슥하네
으스름 귀신같은 달이 있어 잠시 위안이 되는구나
밤과 낮의 경계가 있어 다행히 이 몸이 있네
지나간 세월이 너무나 조용하여 두려운데
다행히 촉견(蜀犬)이 밤새 짖어대는 일 없었나니
독야청청한 겨울 나무 허공에 별리(別離)의 곡을 남기고
무명의 별들이 무슨 답신을 줄까 기대해 보지만
결국은 귀뚜라미 하룻밤 망조(亡調)와 다를 바 없으리
홀로 걷는 허망한 걸음에 위안(慰安)을 삼으려네
지난 세월을 살펴보면 괴상한 새가 자주 울고
비바람은 이상하게 나를 피해 지나쳤지
이 몸은 이미 오뉴월 밤 서산(西山) 소쩍새 같아서
각혈(咯血)하는 재미에 밤이슬 맞는 기쁨이 있네
잠시 지나가는 겨울 새소리에 억장(億丈)이 무너지고
산짐승 밤새 우짖는 소리에 괜히 눈물 흐르는데
깊은 세속(世俗)의 처마 끝에서 마주하는 탄식
끝내 일을 마주하지 못할 것 같아 홀로 잔을 잡네
겨울 강가에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아서 슬픈데
날 따뜻해 질 거라 믿는 초화(草花)도 우습고
행인 발길에 허허로운 미소는 더욱 송구하네
동시에 왔다가 함께 돌아가지 못하는 저 발걸음
- 창작일 : 2015.12.9. 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