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종사 연가
수종사 연가(戀歌)
- 여강 최재효
북강(北江)은 무슨 사연이 있어
뻔 한 길을 이리 늦었는지
남강(南江)은 쉬운 물길 어디인지 잘 알면서
헛되이 굽이굽이 돌아 왔을 터
지명(知命) 중간에 선 한 사내
두 손 곱게 모아 투지(投止)로 마음 달래고
가을 국화 보다 고운 귀인(貴人)
임 향한 단심(丹心)은 멈출 줄 모르네
이녁, 지금까지 정인(情人)을 섬김에
한 번도 가볍지 않았다면
청천(靑天)에 구름 머물러도
서둘러 신월(新月) 찾은적 없었을 테지
수종사 저 아래 강에 가을산 잠겨있고
높은 하늘 조차 조용히 빠져있는데
오백년 고목에 깃든 온갖 산새들
돌아갈 줄 모르고 쌍쌍이 정답네
두 물도 어렵사리 만나 한 몸 이루었으니
시월의 붉은 선연(善緣)도
백천만겁(百千萬劫)이 너무 길다 말하지 말고
저 강물이 모두 마르도록 이어져야 하리
산천은 의구(依舊)하되 말이 없고
세상 사람들 세치 혀는 천장(千丈)이라네
범종 소리 산 아래 은은히 퍼지는데
내 어찌 은근한 시선을 다른데로 돌릴 수 있으리
- 창작일 : 2015.10.26. 17:40
남양주시 운길산 수종사에서
[주] 이녁 - 이녁은 인칭 대명사로 사람을 가리킬 때 쓰는 말이고
① 자기를 낮추는 말.
② 상대를 조금 낮추는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