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관 나그네
타관 나그네
- 여강 최재효
초저녁부터 깜빡 잠들었다 일어나니
신월(新月)이 동창을 두드리네
곁에 누운 사람은 이미 몽도(夢道)를 걷는지
가는 숨소리 텅 빈 방에 가득하네
가을바람 사정없이 불어대고
타관 나그네 혼자서 넋두리만 늘어 가네
가을잎 흔들리는 소리에 잠들지 못하는데
안타까워라, 저 달은 이 마음 아는지
밤 골목에 사람대신 고양이 그림자 어지럽고
차가운 담장마다 시든 가을꽃 처량하네
쓸쓸한 지붕에 밤이슬 반짝거리고
희미한 달빛이 중년의 주름진 얼굴을 적시네
이 시름 가시면 저 시름이 오는데
옛 생각은 갈수록 새로워라
무거운 기침 소리 겨우 멈추면
백년된 울혈(鬱血)은 더 굳어져만 가네
이웃 사창(紗窓)에 밤새 불빛 머무는데
어찌할거나, 객지에 한 사내
낯선 골목길 어슬렁거리다가
하릴없이 하늘 보며 휘파람만 길게 불어대네
- 창작일 2015.10.22. 22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