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암 가는 길
보리암 가는 길
- 여강 최재효
팔월의 송곳 땡볕도 구도의 길을 가로막지 못하네
숲속에서 울리는 벌레들 합창소리는
대덕(大德)의 법문(法門)처럼 들리는데
세속의 검은 민낯은 소금기로 범벅이 되었네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으랴
하나를 얻고자 한다면 하나를 내야하고
득도(得道)를 원한다면 목숨도 버려야 하거늘
겨우 땀 한 짐에 아우성이네
정토(淨土) 높은 곳에 구름이 되고 새가 되어
홀연히 창공을 날아보네
관음은 무언(無言)으로 화답하고
청산(靑山)은 슬며시 바람을 일으키네
높게 있으면 천지가 훤히 내려다보이거늘
저 아래 무엇이 있어 영어(囹圄)되어 있을까
내가 살아야 내가 있을 테고
내가 지나가야 만상(萬象)이 온전할 테지
해풍(海風)이 회색의 안개를 걷어내고
만산이 손에 잡힐 듯 스스로 가까이 다가오네
마땅히 할 일 없어 구배(九拜)로 몸을 낮추니
병구(病軀)에 냉기가 스며드네
- 창작일 : 2015.8.4. 14:00
남해 보리암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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