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시에 읊다
경기도 연천 경순왕릉
생시(生時)에 읊다
- 신라 경순왕에게 헌시獻詩하다 -
- 여강 최재효
그 흔한 산새들 보이지 않고
겨울 까마귀가 낯선 나그네를 반기네
찬바람만 세차게 불어대는데
하늘에는 구름 한점 보이지 않아라
백설 쌓인 계곡마다 설운雪雲이 일고
앙상한 나목裸木들 아우성 치는데
천리길 한 걸음에 달려온 방랑자
술 한잔 따르고 석상石像인 듯 무심히 서있네
황천黃泉을 건넜어도 어찌 마음이 편하리
꽃같은 궁인宮人들 모두 어디가고
깊은 산속에 홀로 유택幽宅 주인 되시어
바쁜 손발이 꽁공 묶여 있을꼬
하고 싶은 말 하해河海 같고
울고 싶은 심정 태산 같을 터
어느 봄날 만화방창할 때
꿈속의 서라벌로 단숨에 달려갈 수 있을까
왕이시여, 천년 외지인外地人이시여
웃고 있어도 울고
울고 있어도 웃으면 곧 잊혀지리니
만사는 수유의 한바탕 춘몽春夢이라 여기소서
- 창작일 : 2015.1.16. (11:00)
경기도 연천군 경순왕릉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