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거에서
독거獨居에서
- 여강 최재효
부귀영화와 인연이 적고
적수赤手에 재주마저 희박하니
강구연월에 빈천한 몸 바칠 곳도 없어
쌓여가는 정회情懷에
감주甘酒만이 진정한 벗이로다
화몽花夢에서 깨어나니
세상은 바뀌어 아는 이 사라지고
굶주린 야수들만 보이는데
넘어야 할 언덕이 저 멀리 있네
설한풍 지나고 나면 꽃이 피고
새벽잠에서 자주 깨어
지나가는 발자국 소리에 예민하리니
희망의 끈 단단히 움켜쥐고 있네
저 달은 무엇이 좋은지
시치미 뚝 떼고 웃으며 가는데
나의 날은 얼마쯤 남았는가
갓 내린 탁주를 마시며 세어봐야 겠네
- 창작일 : 2014.12.27. 19: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