찻잔
- 여강 최재효
지붕에 눈이 쌓인 언덕 위에 한가閑家
크리스탈 포트가 기적汽笛을 울리자
남자는 얼른 찻잔을 꺼낸다
빨간 립스틱이 사라지고
앙증맞은 거울 마저 도망치려고 하자
사내는 감았던 눈을 떴다
한바탕 아이들 웃음소리가 지나고
고양이가 짝을 찾는 소리도 멀어져 갔다
누군가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찻잔이 싸늘하게 식어버리자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나이 먹은 소년이 창가에 멍하니 서있다
- 창작일 : 2014.12.14. 1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