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에 또 멍들다
봄비에 또 멍들다
- 여강 최재효
충분히 그럴 수도 있으리라 생각했다
무덤 속 같은 차가운 이불속에서
스스로를 홀로 누이면 그럴 수 없었야 했거늘
봄비는 봄비가 아닌 비수匕首가 되어 있었다
봄비는 누가 맞는가
봄비에 젖는 사람은 따로 있는가
어떤이에게 그 비는 수면제가 되기도 하면서
그런이에게는 비는 고통을 덜어주는 독약이기도 하다
지금처럼 빗방울이 폐부肺腑를 난자難刺하면
이승을 다독거리는 만병통치약이 된다
지난 봄밤에는 빗소리를 들으며
발이 부르튼 줄도 모르고 몽도夢道를 걸었지
존재하기에 때로는 쓴 약이 있어야 하고
존재감이 없을 때 양약良藥이 필요하다
적막이 빗방울에 섞이는 밤
독약이 이미 잔속에서 춤을 추고 있다
비익조比翼鳥는 이미 황혼 속으로 사라지고
연리지連理枝는 뿌리째 뽑혔는데
병마病魔가 달라붙으니
시름이 없어도 자주 애가 끓는다
- 창작일 : 2014.05.25.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