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란사에서
고란사 전경
고란사에서
- 여강 최재효
이름만큼이나 예쁜 산사山寺에 오면
눈물을 감출 수 없다
고란초만큼이나 어여뻤던 별화別花를 생각하면
울음을 참을 수 없다
누가 사람을 꽃이라 부르게 하였는가
못다 핀 꽃이
상상 속에서 사철 밤낮으로 피어나고 있으니
상사화相思花가 따로 있을까
그의 집은 늦봄에 문을 닫았고
나그네 집은 이듬해 봄까지 시끄러웠다
사람 사는 일이 크게 다르지 않은데
가끔은 어색할 때가 있다
한 세월 지나고 가만히 뒤돌아보면
모든 게 허상虛像처럼 보일 뿐일 텐데
눈물을 왜 흘려야 했는지
울어야 하는 이유도 모른 채 서있을 테지
여래如來는 백마강을 바라보며
큰 소리로 법문을 설說하시는데
어떤 멀쩡한 귀먹초가 하늘을 올려다보고
불타의 법력法力이 못 미더운 듯 딴 짓이다
- 창작일 : 2014.05.24. 16:30
부여 부소산 고란사에서
[주] 귀먹초 - 귀머거리(경기도 사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