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기虛飢
- 여강 최재효
텅 빈 속을 채우느라 잠을 이루지 못하네
세월이 쌓여갈 수록 몸은 작아지고
식경食頃 사이도 길어지는데
더해가는 배고픔을 견딜 수 없어라
태산泰山 같은 산해진미
하해河海 같은 미주美酒
이미 뱃속에 가득한데
그 어느 것도 나의 허기를 달래주지 못하네
크게 취하여 조용히 누워 있으니
꽃들의 속삭임
별들의 밀어가 밀려들어
겨우 쓰린 속을 다독여 주네
반평생 밤낮없이 채우느라 피눈물 뿌렸건만
어찌 걸신乞神에게 구속되었는지
설풍雪風이 불 때는 미처 몰랐는데
봄바람 부니 허전한 마음 가눌 길 없네
- 창작일 : 2014,04.16. 2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