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2)
유인流人(2)
- 여강 최재효
꽃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지
올봄엔 춘화春花가 심장에 새겨진 듯 한데
겨우 마음을 내려놓은 탓일까
나 역시 한때 꽃으로 그려진 적 있었지
스스로 가는 것이 있으니
당연히 제 발로 오는 것이 있을 테지
옛사람 그림자 심연心淵에 묻고
새사람 눈부처로 섬긴다네
평로平路를 다닐 때 바람이 잦았지
길을 잃으니 미풍美風이 부네
번잡 속에서 부귀영화를 탐했는데
적막 가운데 무위無爲도 꽤 누릴 만 하네
봄이 반쯤 지났건만 찬바람이 여전하네
지난해 봄 내내 금침衾枕에 잔설이 있었지
남창南窓 가지에 새순이 올라오는데
나그네 탄식은 언제 멈출까
몸이 대부분 부서져 술 대신 찻잔을 잡네
한 모금으로 입술 적시고
또 한 모금으로 상심傷心 달래는데
아들보다 젊은 사진 속 어머님 말씀 없으시네
- 창작일 : 2014.03.27. 2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