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1)
유인流人(1)
- 여강 최재효
마음이 물욕物慾을 비껴나니
내 사는 곳이 한가해져서 좋아라
지명知命이 지나 숨어사는 즐거움을 알았더니
지난날이 부끄럽네
나 사는 집 위로 흘러가는
무심한 흰 구름 한 조각
일찍 세상 인연 훌훌 털어 버리고
청산靑山에 들어 학鶴과 벗하고 싶네
어느 날이 나 돌아갈 날인가
타관에 나그네 벌거숭이 되어
차마 귀향歸鄕하지 못하고
남녘하늘 바라보며 탄식하네
머리 숙이기 싫어서 독거獨居에 살다보니
만사萬事가 깃털처럼 변하였다
근력筋力은 병마病魔와 싸우느라 약해지고
장부丈夫의 큰 뜻 해마다 쇠약해지네
옷깃을 스친 무수한 인연들 생각하면
부질없는 꿈 같아라
시름으로 잠 못 들고 뒤척이는데
동창東窓 사이로 새벽별이 보인다
- 창작일 : 2014.03.26.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