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밤(10)
겨울밤(10)
- 여강 최재효
전세轉世 인연인 줄 알고 기쁘게 맺었지
낭인郞人 심중 고백을 그 임은 알리라
이승 언약을 누가 감히 어길 수 있을까
임이 낙안落雁 가인佳人이라 걱정하였을 뿐
삼경三更, 북풍에 별들이 얼어서 떨어지고
길가에 나목裸木들은 밤새 울어대는데
어느 독가獨家에 선인仙人이 독배毒杯를 잡고서
여명黎明이 몰려와도 잠자리에 들지 못하네
아침마다 미인 웃음소리에 잠에서 일어났고
밤마다 극락極樂에 취해 비단이불 덮었지
긴 환영幻影에서 깨어나 살펴보니
차가운 홑이불에 서리발이 뽀얗게 피었네
세상 사람들 자신이 혼자라는 사실을 알까
인연의 끈은 언젠가 끊어지게 마련이고
별리別離의 길은 어쩌다 되돌아오는 것
다만, 때가 사람들에게 변덕을 부리는 것일 뿐이네
좋은 술은 금잔金盞에 담아야 제격이고
금의錦衣는 헌헌장부가 입어야 하거늘
벌거숭이로 어긋난 길 한가운데 서서 뒤돌아보니
다른 길 저쪽에 별천지別天地가 있는 듯 하네
- 창작일 : 2014.01.05. 0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