木神
- 양평 용문사 杏木에게 -
- 여강 최재효
대처 잡것들 하룻밤 자고나면 용이 되었다고
나발불어대며 승천昇天하거늘
임께서 천년도 시뻐하시니
하늘이 다시 열리는 날을 기다리시는지요
겸손은 미덕美德이라 하나
행여 지나쳐 부덕不德이 될까 저어됩니다
이 잡것이 임을 뵌 지 어언 반백년
이미 온몸이 흰털로 뒤덮였나이다
상춘賞春에 남색 저고리로 칠보단장하시어
오뉴월 천둥번개 가두어 잉태孕胎하시고
만추晩秋에 황금열매 베푸시니
만인萬人의 인자한 어머니가 분명하십니다
눈 가리고 아옹 하는 게 항간의 인심입니다
구밀복검口蜜腹劍도 좋고
곡학아세曲學阿世 역시 달콤합니다
이놈 눈에는 현세現世가 극락인 듯 합니다
그럴 수도 있을 겁니다
임께선 항룡亢龍이 되기 싫으신 게죠
달도 차면 기우니까요
어쩌면 그늘 속 이무기가 속은 편할 테죠
이곳 용문산 골짜기에도 삭풍이 붑니다
잡것들 식성은 누구도 가늠할 수 없답니다
설한풍雪寒風에 나목裸木으로 떨고 계실 임
어머니는 앙상한 뼈만 남습니다
- 창작일 : 2013.10.26. 1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