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가別家
- 여강 최재효
중년에 무생無生 벗들과 사귀다가
눈 비비고 돌아보니
유생有生 벗들 모두 떠나가고
변두리 독거獨居에 똬리 틀고 앉았네
자흥自興 일면 술 한 섬 짊어지고
밤새워 춤추고
비감悲感하면 동서로 방황하며
홍진紅塵을 옷에 묻히곤 하네
어쩌다 빈객賓客 찾아오면
적수赤手로 잔을 나누고
훨훨 구름 보고 허탈하게 웃다가
내가 누구인지 자주 잃어버리곤 한다네
붕새는 오랜 세월 먼 하늘만 보다
날아오를 뜻을 접은 듯 하고
한거閑居 위로 구름은 빈번히 지나는데
뇌성雷聲은 들리지 않네
어느 날, 붕정鵬程에 오를 수 있을까
올망졸망 인드라망(網)에 바람이 걸리고
얼기설기 인연의 늪에 발이 빠져
허망하게 반생半生을 버리고 말았는데
- 창작일 : 2013.10.6.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