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제類題
- 여강 최재효
이 밤이 지나고 나면
셀 수 없을 것 같은 나의 하루 중에
푸른 내일이 얼마나 남는 걸까
가야할 길은 아득히 지평선에 뻗어있는데
오늘이 어제 생을 마감한 사람의 희망
나에게는 일상 같은 어느 날
미처 알지 못하고 흐르는
황금보다 귀한 내 생명의 순간의 조각들
백 년 전 나는 오늘의 나를 알지 못했고
천년 후 나는 오늘의 나를 볼 수 없겠지
먹구름 속에 오늘이 있기에 나는
어제와 내일이 한없이 그리워진다네
어느 봄날에 나와 노래를 불렀고
팔월에 인연 맺어 춤을 추웠지
추풍秋風에 생은 반쯤 흩어졌는데
한설寒雪 가운데서 다시 뒤안길을 보네
- 창작일 : 2013.07.30.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