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悲歌
- 여강 최재효
희미한 사랑이 끝나버린 자리에
하루 종일 비가 내리고
씁쓸한 미소 산산이 부서진 창공에
무거운 천둥 메아리 끊이질 않네
날이 갈수록 응어리는 자꾸만 자라나
불면의 백야白夜는 쌓여만 가고
희뿌연 거울 속 소년은 스스로를 외면하는데
안타까워라, 어둠이 짙어만 가네
이제 본래의 자리로 돌아갈 수 없으니
대양大洋에 부평초浮萍草되면 어이하리
한 평생이 눈 깜짝할 사이에 있거늘
눈먼 임은 새 인연 찾아 떠나갔네
비가 내리는 날이면
늙은 소년은 남몰래 수채화를 그리는데
눈 감으면 호수에 원앙 한 쌍 노닐고
눈 뜨면 잿빛 허공에 천둥새 한 마리 날고
- 창작일 : 2013.07.28. 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