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다페스트 여인
부다페스트 여인
- 여강 최재효
반세기 동안 밤낮으로 씻고
집에 있거나 산에 있어도
모두 버리려 발버둥 쳐도 보았지만
영색令色은 석화石化가 되어 버렸다네
눈먼 화타華陀는 엉뚱한 처방만 하고
목동牧童과 백두옹白頭翁은
교언巧言에 노예가 된지 이미 오래
성인聖人의 말씀은 부도수표로 변질되었지
그제 황금에 눈멀고
어제 전능한 신에게도 버림받은 것도 모자라
오늘 한쪽 가시고기에게 온통 피멍이 들어
여인旅人은 도망치듯 부다페스트에 왔네
정복자의 무시무시한 청동상
거대한 첨탑의 낡은 성당
자본주의 맛에 순한 양이 된 억센 마쟈르Mazyar
차가운 다뉴브 강물로 이목耳目을 씻기네
태백은 채석강에 뛰어들어 달을 건졌지
한쪽 발을 강에 담그니
망각의 강이 강렬히 손짓을 하는데
다행히 세속의 질긴 미련이 남아 있었네
등짐을 벗으려는 검은 눈동자의 몸부림
망아忘我에 빠져있는 푸른 눈동자 연인들
혹 떼려고 달려온 서역 삼만리
레테의 강물 한 모금이면 완벽한 것을
- 창작일 : 2013.4.27. 19:30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 강에서
[주]마쟈르 - 헝가리 국민의 96%가 우랄알타이 산맥에서 온
마쟈르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