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소고
겨울 小考
- 여강 최재효
예전에 한 번도 이런 일이 없었는데
차가운 잔을 홀로 잡고 앉아 있거나
잠도 없는 긴 겨울밤 석인昔人 생각하면
눈가 짓무르고 한숨이 나네
해지면 창 밖에 동장군 말을 달리고
북풍에 하늘도 움츠리고 있건만
눈 뜨면 망망대해에 거친 세파世波 높아
이 몸은 일엽편주 처럼 출렁이네
유년에 듣던 할머니 옛날이야기가
대부분 진실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나는 다시 밤하늘에 별을 헤거나
밤새도록 꿈속을 헤매기도 하네
간밤에 눈이 내려 뜰에 눈 뭉쳐
몽인夢人 만들어 놓고
기분 좋아 합환주 두 잔 가득 부었네
한 잔은 내가 마시고 한 잔은 바람이 마셨지
형상形象이 진정 사람이 아님을 알면서
어째서 내려놓지 못하는 것일까
조용히 눈 감아보면 나는 없고
만상萬象이 바람에 날리는 허상虛像 같은데
- 창작일 : 2013.01.13. 21:30
[주]小考(작을 소, 상고할 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