非 人
- 여강 최재효
무월無月 삼경三更에 바람을 맞네
서풍은 처마끝을 스치고
북풍은 내 심중心中을 관통하는데
소리만 들릴 뿐 가는 곳을 알 수가 없네
천지신명 가고 오시는 일
사람의 상사常事가 아니어라
세상에 조변석개朝變夕改는 인간사이거늘
거자去者의 무정無情 누구를 탓하리
수중睡中에 홀연히 서있는 비인非人
비록 양안兩岸이라 할지라도
우연히 같은 길 걷다가
옷깃이라도 스칠 수 있기를 기원하네
동목冬木 가지마다 차가운 별들이 걸리고
문틈사이로 냉기冷氣 스며드는데
크게 숨 한번 제대로 쉬지 못하고
고려孤廬에 숨어 사는 어떤 여인旅人
[주] 非人(아닐 비, 사람 인) / 兩岸(두 량, 언덕 안)
- 이승과 저승 / 孤廬(외로울 고, 오두막집 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