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집
사람의 집
- 여강 최재효
매일 신월新月이 뜨는 내 집이
눈앞에 우뚝 서있거늘
나는 집 근처를 배회할 뿐
아무리 발버둥 쳐도 다가가지 못하네
그제는 천리마 등을 빌리고
어제는 제비 날개를 달아도
눈앞에 집은 마치 천만리 밖 신기루 같아
영원히 갈 수 없을 듯 하네
내 집은 항상 꽃비가 내리고
가족들 서로 등을 보이지 않으며
밤낮으로 노랫소리 끊이지 않아
새들도 쉬어가는 곳이라네
집도 사람이 미우면 떠나가는가
봄비 내리던 어느 날 꽃비 멈추고
풍우風雨 지루하게 이어지더니
길가에 가시넝쿨만 무성해졌네
새집에 새가 깃들고
산봉우리에 구름이 머물며
들녘에 꽃 만발하거늘
내 집에 언제 남풍 불고 화우花雨 내릴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