雙 烏
- 여강 최재효
설한풍 불어오면 천지 분간 안 되고
먹구름 세상을 덮으니
생지生地 명계冥界 구분 없는데
산새들 무심히 창공을 나네
저기 언덕 위에 하얀 집 주인들
어제는 내 형님이고 누이였다네
누가 알았겠나
동지섣달에 하늘 보고 누워있을 줄
왕후王侯는 세월을 무시하고
장상將相은 자랑삼아 천하를 흔들지만
잠시 눈 감았다 뜨면
한 평도 안 되는 집 주인이라네
삭풍 어지러운 겨울 골짜기에 앉아
봄바람에 날린 별리別離의 정 잊으려
빈 잔에 박주薄酒 가득 채우는데
까마귀 한 쌍 파란 하늘에서 정다워라
부평가족공원에서
[주] 雙烏(둘 쌍, 까마귀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