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화3
雪花3
- 여강 최재효
한여름 소원이 이루어졌네
하루만 더 지났으면
새끼손가락 손톱 붉은 꽃물 하얗게 퇴색되어
한숨만 태산처럼 쌓였을 텐데
하늘에서 고대苦待하던 임 오셨으니
남촌南村에서 고운임 오실 테지
하룻밤 인연은 구름 같아서
천신天神은 여름부터 애를 태우게 했을까
설백천지백雪白天地白은 내 바라던 바
비록 시詩를 짓지 못하지만
어찌 이렇게 복된 설야雪夜에
청승맞게 술잔만 예뻐하고 있으랴
봄부터 까맣게 타들어간 사내의 심중心中
하늘이 다 보았을까
여윈 학처럼 쓸쓸한 어느 중년 머리에
눈꽃이 서럽도록 탐스럽네
- 창작일 : 2012.12.3. 21:00
[주] 雪花(눈 설, 꽃 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