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도 유감
홍도 有感
- 여강 최재효
지난 하세월 푸른 하늘에
분란紛亂한 발자국 찍고
황토에 희미하고 엷으면서
허접한 이력을 자랑스레 적어놓았지
무수한 시간을 어디에 허비하고
뒤늦게 염치도 없이 용왕을 찾았는가
하늘과 바다 사이에 경계가 없고
사람과 섬, 구분이 모호하네
세속을 뒤로하고 앉아서 고개를 들면
석양 노을이 되고
심해에 은밀히 시선을 두면
파도가 되어 유영遊泳할 수 있네
내 저 파도가 독송하는 밀경密經 소리를
싱싱한 채로 가슴에 꼭꼭 담아
남몰래 한세월 기르다가
천상天上에 오르거든 풀어 놓으리
- 창작일 : 2012.10.3. 17:00
신안군 홍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