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정1
無情 1
- 여강 최재효
유정有情이란 달콤한 묘약에 대취하고
잡힐 듯 하면서 잡히지 않는 무영無影을
나만의 천형天刑, 응어리로 인정하면서
남모르게 애태운 무수한 나날들이여
사랑이란 솜사탕을 입에 물고 달린 반평생
좋거나 싫거나 임의 마음 가져온 불경죄
설레고 뜨겁던 사내 단심丹心을 누가 알까
내 살아 있으니 그대는 언제나 내 것이리
사람은 잠시 동안 마실 나온 허깨비인지라
천지간에서 가장 무심한 존재라 한다지
저 혼자서 마음에도 없는 병을 만들어 놓고
냉정하게 돌아서서 서로 네 탓이라 하네
본시 세상에는 유정도 없고 무정도 없어
공허空虛가 너무 두려운 영혼들이 임의로
낙엽 선물하듯 싸구려로 사랑을 팔았지
사랑의 묘약, 그 무미無味 건조한 탓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