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를 타다
소를 타다
- 여강 최재효
눈 덮인 초여름 숲에서 나와
오랜 세월 때가 낀 겨울옷 벗고
불야성不夜城에 들어가 이무기처럼
똬리를 틀고 앉아 청천靑天을 보네
한세월 홀몸으로 산림山林을 헤매고
동서로 초야草野를 방황하였어도
소 울음소리조차 듣지 못했건만
병구病軀를 이끌고 철림鐵林에 들었네
밤낮 새소리 대신 교성嬌聲들리고
조석朝夕으로 광인狂人들 보는데
자칫하면 목우牧牛는 고사하고
붉은 철우鐵牛 탈을 쓸까 두려워라
죽마고우 월랑月郞은 보이지 않고
낯선 일랑日郞이 이른 새벽마다 반기는데
이제 무구無口의 신세라
풍진風塵 속 청우靑牛를 기대해보려네
- 창작일 : 2012.6.15.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