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를 향한 독백
S를 향한 독백
- 여강 최재효
상복喪服을 입고 돌아서서 웃는 그대여
울며 억지웃음 짓는 그대여
몇몇 선한 영혼들은 그대 눈빛에 쏘여
평생 불구자가 되었지만 그대 역시
온전한 심성心性은 아닌듯 하네
봄날이 쏜살보다 빠르고
산 너머에 동장군冬將軍이 와 있는 줄
예전에 미처 몰랐을 테지
교회 십자가에 석양이 걸린 것을 보고
뒤늦게 통곡한들 무엇하리
지금껏 가장 더럽고 추악한 것이
길가에 나뒹구는 개똥이나
소똥쯤으로 알고 지난
무수한 세월이 너무나 원통하고 아쉬워라
훗날 풍진風塵에 왕생往生한다면
왕후장상의 무덤을 지키는 석인石人이나
마을을 수호하는 장승이 되어
온 적도 없고
간 적도 없는 바람처럼 살리라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라듯
사랑이란 것이 또 찾아오거나
나를 유혹하려 든다면
심심산천에 숨어 죽어도 나오지 않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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