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선醉仙
- 수종사 삼정헌에서 -
- 여강 최재효
동다송東多頌도 모르면서
속을 비우려
구름에 앉아 지그시 눈을 감아보네
한잔에 세사世事를 잊고
한잔에 나를 잊고
또 한잔에 생사의 경계 사라지네
미색美色에 혼 빼앗겨 한세월 보냈고
교언巧言에 혹해 귀를 막았으며
신기루 같은 황금에 눈을 잃었지
비울 게 별로 없는 이즈음
헛헛한 심사 달래고자
운길산 산신께 간신히 허락 받고
삼정헌三鼎軒에 자리 잡았네
두물머리 남쪽 고향 가는 물길
백설이 뿌려져 아득하여
잔을 내려놓고 잠시 고개 숙이는데
비구승 독경소리 찻잔 속에 출렁이네
- 창작일 : 2012.01.29. 14:30
[주] 1. 동다송 - 조선 후기의 고승인 초의(草依 : 1786~1865,
본명 장의순張意恂)가 시로써 다도를 설명한 글
2. 교언 - 그럴듯하게 꾸며댄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