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
- 여강 최재효
사람들은 저마다 좋아하는 바가 있고
산 역시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
사람은 눈빛으로 싫고 좋음이 분명한데
산은 좀처럼 속내를 들어내지 않아
파락호破落戶들 조차 산을 찾는다
누가 눈치도 없이 함부로 산을 밟는가
산도 귀가 있고 눈이 있거늘
어제 청산이 오늘 칼산이 되어가고 있다
산들이 속살을 내보이기 전에
사람들은 산의 말을 들어야 한다
산들이 점점 먼 산 속으로 숨고 있다
산이 원하는 자만 산에 갈 자격이 있다
열 남매를 슬하에 둔 어머니 같은 산
열 남매를 내치기도 하는 산
지고지선은 산은 산이어야 한다
산이 싫어하는 사람이 자꾸 산에 오르거나
산이 거친 말을 하는 날이 오면
뽀얀 속살 사이로 붉은 내가 흐르기도 한다
- 창작일 : 2011.9.1. 2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