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이유
사랑하는 이유
- 여강 최재효
아무런 이유도 없습니다
이유가 없는 것이 유일한 이유랍니다
사랑에 이유가 있다함은
사랑이 아닐 테지요
길가에 돌멩이처럼 흔해 빠진 사랑
사랑한다는 말은
사랑하지 않는 다는 말이 되어버린 지
이미 오래랍니다
입으로 하는 사랑
귓속에 귀지가 되어버린 싸구려 사랑
99% OFF 바겐세일 한다 해도
팔리지 않는 사랑
무료배식권이 되어버린 맹물 같은 사랑
새털보다 가벼운 사랑
내가 비, 바람에 옷을 빼앗기고
무서리를 하얗게 뒤집어 쓴 채
늦가을 휑한 들녘에 허수아비처럼 서있을 때
그대가 꿈결로 다가왔습니다
이전에 아무런 이유가 없었습니다
사랑이란 말이 낯설기만 합니다
- 창작일 : 2011.8.2.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