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승강장
버스 승강장
- 여강 최재효
하늘에 구멍을 낸 휘발유 값이 무서워
오랜 손때가 묻은 애마를 잠시 쉬게 하고
아침 저녁 덩치 큰 고래를 사귀었다
잦은 공복 상태를 눈치 빠른
파리바케트 빵이 알고 공짜로 냄새를 준다
후식으로 여인의 뭉근한 향수가 풍겨 오고
망나니들 이어폰 노래를 같이 듣는다
먹지 않아도 빵빵하다
대화를 나눈 적은 없지만 눈에 익은
11단지 주민들이 회의에 참석하기 위하여
정확히 아침 7시 30분에 모여 든다
무언의 아침 주민 반상회의는 급히 끝난다
여인은 21-1번 버스에
망나니들은 754번 버스를
대머리 중년은 51번 순환 버스를 탔다
21번 버스 기사 아저씨는 늘 친절하다
논현동 11단지 주민들이 바쁜 발자국만
남겨두고 떠난 휑한 버스 승강장에
주인 없는 개 고양이, 새들이 모여든다
11단지 아파트 아침이 시작될 모양이다
- 창작일 : 2011.8.1. 19: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