歲暮
- 여강 최재효
내가 나였으면 했었다
내가 나 아닌 세월이 더 많다는 건
내가 나를 외면했다는 증거
내가 나를 인정하기 싫었다
노안老眼이 와도
청운靑雲의 빛깔은 여전할 것이며
노안老顔이 된다하여도
봄꽃 피면
거울을 예전보다 자주 껴안을 테다
내 눈동자 속에서 달이 돌고
별똥별이 무수히 떨어지고
땅이 돌고 돌아도 무슨 소용이랴
달력 한 장
화장지 처럼 무심히 버리는 일인 것을
머리는 가중加重되고
토실했던 살은 거의 바람에 날려
보기에도 안쓰러운 어떤 중년의 겨울
그는 또 하나 내려놓을 것을 찾고 있다
- 창작일 : 2010.12.12. 00:00
[주] 歲-해 세, 暮-저물 모, 眼-눈 안, 顔-얼굴 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