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강 최재효 2010. 11. 25. 01:00

 

 

 

 

  

 

          

 

                                              

 

 

 

 

 

 

 

 

 

                    아파트 여자(2)

 


                                                                                                                                                                          - 여강 최재효

 

 

 

 

                                                                                          2

 



 마트에서 그 여인은 누군가 자신의 풍덕한 뒤태를 사진 찍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고 혼비백산하여 카트를 밀고 도망치다 카트가 그만 철옹성 같은 마

트 벽을 들이받으면서 나와 부딪혀 두 사람이 보기 좋게 나뒹굴었어요.

런데 아무나와 그녀가 바닥에 나뒹구는 기가 막힌 장면을 보는 사람이

없었다는 게 무 섭섭했어요.

 

 하기야 밤 늦은밤에 마트를 찾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평범한 사람은 아닐

테죠. 내가 카트에 머리를 처박고 벌렁 누워있는 모습과 여인이 바닥에 넘

어져 어이 없어해 하는 장면을 누가 보았더라배꼽이 빠졌을 게 분명해요.

다행히 카트 안에 내용물이 별로 없었기에 망정이지 만약에 깨지기 쉬운

제품들이나 터지기 쉬운 것들이 담겨져 있더라면 정말로 아찔한 일이 벌

어졌을지도 모르잖아요.

 

 혹시 매장 안을 관리하는 CCTV 운영실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이 한밤에

매장 바닥에 남,녀가 벌렁 누워있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보았을지도 모르

겠어요. 야속하게도 그 여인은 나를 향해 돌진한 게 아니고, 내 앞을 쏜살

같이 지나 각종 통조림 세트가 진열된 곳으로 가기 위하여 달려왔던 거에

요.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 가슴을 쓸어내렸답니다.

 

 그녀는 얼른 일어나 엉덩이와 무릎을 털더니 내가 처참한 모습으로 벌렁

누워있는 것을 못 본체하고 찬바람을 일으키며, 저 만치 달려가고 있더군

요. 나는 그녀의 하트 문양의 뒤태를 멀거니 바라보며, 한동안 누워있어야

했어요. 정말로 야속하더라고요. 차라리 나에게 다가와 ‘왜 남의 엉덩이를 

찍느냐?’고 물었더라면 덜 서운했을 텐데요.


 잠시후에 그녀가 참치와 꽁치 통조림을 각각 한 개씩 들고 내가 있는 쪽

으로 다시 오기 시작했어요. 나는 얼른 일어나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

처럼 비실거리며 아주 비굴한 표정으로 두 손을 마주 잡고 억지 미소를

지었어요. 순간 여자가 내 앞에 왔을 때 나는 거의 45도 정도로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지요. 그런 나의 정성에도 아랑곳 하지않고 그녀는 다시 내앞

을 지나 찬바람을 일으키며, 휑하니 내 앞을 지나 카트가 세워져 있는 곳

으로 가더군요.

 

 그녀가 얼마나 야속하던지 나는 속으로 중얼거렸어요. ‘아니 같은 아파

트 단지에 살면서 인사도 안 받고 그냥 지나치다니, 정말로 교양이 없는

여자군.’ 그녀에게 한바탕 질책을 퍼붓고 나서 정강이 뼈와 머리에서 전

해오는 통증을 느낄 수 있었어요. 그렇게 그녀와 첫 대면은 나 만의 희극

으로 끝나고 말았답니다.

 

 그런데 집에 와서 그녀의 뒤태를 찍은 사진을 보려고 카메라액정모니

터로 조작하려다 나는 비명을 지르고 말았답니다. 왜냐구요? 친구 녀석

이 돈도 안 받고 장기(長期)로 대여해 준 카메라 액정 모니터가 깨져서

화상(畵像)을 볼 수 없었거든요. 참으로 암담했어요. 다음 날 나는 친구

녀석에게 약간의 수리비를 건네주고 다른 카메라를 빌려야 했답니다.

C사에서 제조한 28~300mm 고가의 렌즈가 손상되지 않았기에 천만

다행이었어요.


 나는 괜히 그녀에게 적개심을 품게 되면서 어떻게 하면 그녀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가서 내 기계에 그녀의 선명한 이미지를 담을 수 있을

까 궁리했어요. 정확한 표현을 빌린다면 그녀의 아름다운 S라인을 전

후좌우에서 마음 놓고 촬영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밤 시간이 아닌

아침 시간대에 그녀를 관찰하기로 마음 먹었답니다.

 

 보통 아침11시쯤 일어나 아침 겸 점심을 챙겨 먹는 나에게 새벽 5시

에 일어나기란 죽기보다 힘든 일이 었답니다. 게으름피우는 일도 역시 

부지런해야 하거든요. 부지런하지 못하면 세상에 되는 일이 없어요. 

그녀가 혹시 새벽 운동이라도 나갈 지 모른다는 일말의 기대 때문이

지요.

 

 그런데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내가 차가운 이슬을 맞으며, 근무하는

직원도 없는 아파트 관리소 앞서성거리던 셋째 날 새벽, 거짓말

처럼 그녀가 내 시야에 포착된 거에요무리 눈을 비비고 또 비벼도 

그녀가 틀림없었답니다. 빨간색 추리닝을 입이마에 태극 마크가

선명한 머리띠를 두른 그녀의 모습은 너무 앙증맞아 보였답니다.

 

 우리나라 축구 대표팀인 태극전사들이 다른 나라 선수들과 경기를

펼칠 때 서울광장이나 또는 상암 축구 경기장에 벌떼처럼 몰려들어

동시다‘대~한~민~국’을 외쳐대는 귀여운 붉은 악마의 모습이

었어요. 브레이크가 고장난 내 심장의 바퀴들이 마구 달리기 시작했

어요.

 

 이때 만큼은 내 손에 아무것도 없었답니다. 생각해보세요. 젊은 놈

이 새벽에 시커먼 카메라를 들고 아파트를 기웃거린다면 누구나 그를

이상하게 볼 거 아니겠어요? 그녀의 이마가 물기로 번지르르한 것으

로 보아 그녀는 아침 조깅즐기는 게 틀림없는 것 같았어요. 한때

1000여 가구가 살던 재개발지역파트단지에 이른 아침에 사람의 그

림자는 거의 찾아볼 수 없고 주인이 고의로 유기한 양이나 개들만

어슬렁거리며 활보하고 있었답니다.

 

 나는 얼른 폐허가 되다시피 한 아파트 안으로 몸을 숨겼어요. 왜냐하면

령의 마을로 변한 아파트단지에 이른 아침 웬 남자가 불쑥 나타난다

면 놀라지 않을 사람이 어디있겠어요. 그녀가 점점 나 있는 곳으로 가까

다가왔을 때 나는 이상한 느낌을 받았어요. 분명히 그 여인은 며칠전

늦은밤 M마트에서 본 여인이 틀림없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녀가 콧노래를 부르며 내 앞을 지나갈 때 나는 화장기 없는 그녀

얼굴을 자세히 볼 수 있었답니다. 그리고 나는 뛰는 가슴을 진정시키기

위해 한참 안 그 자리에 서 있어야 했어요. 그런데 어쩌면, 어쩌면 그

수 있는걸까요? 나는 속은 느낌, 아니 중국 단둥에서 걸려온 보이스

피싱속아 수 백만원을 날린 기분이었답니다.

 

 밤마다 내 비싼 렌즈에 들어와 나를 환상의 세계로 이끌던 그 주인공

은 젊탄탄한 몸매를 자랑하던 눈부신 미모의 여인이었는데, 방금 유

령처럼 내 앞을 지나간 여인은 나이가 50대 중후반 처럼 보였으니까요.

나는 집에 돌아와서 한꺼번에 우황청심환 세알을 복용하고도 떨리는

가슴을 진정 시키는데 많은 시간이 허비해야 했어요. 어쩌면 그럴 수

가 있을까요.한 생각이 들기도 하고 억울하고 답답한 심정에 연약

한 가슴을 사정없이 두둘기기도 으니까요.


 나는 하루 종일 침통한 심정으로 누워 애꿎은 담배만 축내며 쓴 소주

서너 병을 비우고 말았답니다. 혼자 사는 남자에게 변변한 안주가 어

디 있겠어요? 라면국물이면 그만이지요. 나는 허기진 뱃속을 퉁퉁 불

어 터진 라면으로 채우고 한잠 자고 일어나 노트북을 부팅시켰어요.

 

 아무래도 내가 여우에게 홀린 기분이 들었거든요. JPG 파일로 내 노

트북에 저장된 사진 속의 그녀는 분명 30초 중반의 탄탄한 몸매를 자

랑하는 지적이며, 아름다운 여인이 분명했어요. 지금까지 내가 보아 온

여인 중에 최고의 여인이라고 나 스스로 자부하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그 환상이 순식간에, 아니 송두리채 허공으로 사라지려고 하는 찰나에

이유를 알 수 없는 슬픔이 내 오감을 지배하기 시작했어요.  

 

 참으로 이상한 생각이 들었어요. 나는 당장 그녀가 살고 있는 아파트

로 달려가 내 두 눈으로 그녀의 실체를 확인하고 싶었어요. 그러나 아

무런 관계도 없는 내가 그녀 아파트 초인종을 누른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잖아요. 내가 동료들은 모두 해고 살아 겨우 남은 늙은 

비원정도라면 정당한 명분을 만들어 그녀의 아파트 현관문을 당당하게

노크할 수 있지만, 나는 아무런 볼 일도 없이 무작정 그녀의 집 문을 두

드릴 수는 없거든요.

 

 나는 카메라 점에서 일하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지요. 전후 사정을

이야기 하자 친구 녀석은 박장대소를 하는 게 아니겠어요 글쎄. 그러면

서 여자는 믿을 상대가 못 돼. 그러니 지금이라도 정신 차리고 현실을

똑바로 보라고 점잖게 타이르는 게 아니겠어요. 난 너무 자존심이 상

하고 화가 나서 친구녀석에게도 적개심을 품게 되었어요. 

 

 그 녀석은 결혼해서 아이들이 둘이나 있는 가장이거든요. 너무나 창

피한 나머지 쥐구멍을 찾았어요. 방안에 아무리 찾아도 구멍이 없더

군요. 나는 녀석이 나를 충분히 이해해 주는, 세상에 둘도 없는 친구라

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친구가 아니라 웬수였어요.  어느덧

날이 저물고 또 야속한 밤이 찾아 왔네요.

 

 나는 쓰린 속을 자장면으로 어르고 마시다 남은 소주를 한꺼번에 부

어 뱃속을 혼란스럽게 했어요. 소주 서너 잔으로 충격에 빠진 내 심성

을 달래기에는 너무 부족하다 싶어 내가 우리나라 국보1호 처럼 아끼

고 아끼던 브랜디인 헤네시XO의 병마개를 땄답니다. 40도가 넘는

술이 목구멍으로 넘어가자 속에서 금방 확하고 불이 일어났어요. 난

리가 난 거죠.

 

 나는 안 되겠다 싶어 하이볼 그라스에 얼음을 가득 채우고 콜라와

브렌딩해서 마셨어요. 홀짝거리며 마시다 보니 금방 아까운 양주 반

을 마시고 말았어요. 혈관에 높은 도수의 알코올이 공급되면서 나는

차차 안정을 되찾기 시작했어요. 파바로티의 감미로운 목소리가 거

실에 꽉 차면서 대학시절 한 때 죽자 사자 사랑했던 미정이가 생각나

기도 하고 고등학교 2학년 때 내 첫사랑이었던 인선이가 자꾸만 눈

앞에서 어른거리며 시야를 흐리게 했어요.

 

 거실 창문을 활짝 열어젖히자 상쾌하고 시원한 바람과 실연당한 것

로 추정되는 매미들의 구슬픈 울음소리가 파도처럼 밀려들더군요.

거기에 보름달은 왜 그리 밝던지. 바다 같은 고독, 세레나데 같은 달

빛, 달콤한 술, 가슴을 붕 뜨게하는 음악, 간간이 들려오는 매미들의

슬픈 합창, 조용하고 은은한 거실조갑자기 센티멘털한 분위기에

나는 빠져 들었어요. 그런데 뭔가 한 가지 빠져 허전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어요.

 

 나는 그게 뭔가 하고 생각해 보았지만 금방 생각나지 않더군요. 파

바로티에이어 베르디의 오페라 춘희(春姬)중 ‘축배의 노래’가 코쟁이

여성들 사이에 바람둥이의 대표로 인식되는 플라시도 도밍고의 솜사

탕 같은 목소리를 타고 다시 거실과 내 가슴에 충만할 즈음 나는 그

이유를 알 수 있었어요. 해어화(解語花), 당나라 현종(玄宗)이 애첩(愛

妾) 양귀비를 두고 ‘사람의 말귀를 알아듣는 꽃’이라고 극찬한 꽃이

없었던 거예요. 나는 순간 오늘 아침의 참담했던 상황을 떠올렸어요.

 

 세월이 야속한 것이지, 그녀가 미운 게 아니잖아요. 시계를 보니 오후

8시가 다 되었네요. 나는 오랜 습관처럼 창문 쪽으로 다가갔지요. 역시

그녀는 시계보다 정확했어요. 으레 타이트한 차림으로 러닝머신을 괴

롭히고 있었어요. 나는 속으로 외쳤어요. ‘다 늙은 주제에 운동은 해서

뭘 해? 봐 줄 사람도 없을 텐데. 쓸데없이 나를 혼란에 빠트리게 하다

니 염병. 순진한 사람을 놀렸으니 당신은 천벌을 받을 거야.’ 그렇게

몇 번을 큰소리로 외치며, 그녀에 대한 적개심을 약간 누그러뜨리자

속이 다 시원하지 뭐에요.

 

 나는 그래도 오랜 관습처럼 카메라를 삼각대에 부착하고 500mm 망

렌즈를 마운트 했어요. ‘늙어 빠진 당나귀 같은 할망구를 봐서 뭐하

나?’하고 나 자신에게 질책도 해보고 회의(懷疑)에 찬 탄식도 쏟아내

면서도 내 왼쪽 눈은 미련하게도 그녀를 조준하며 렌즈의 초점을 맞

추고 있었어요. 그런데 참 이상하지요.

 

 아침에 볼 때는 눈가에 잔주름이 자글자글하게 덮여서 그야말로 한

물 간 대폿집 늙은 작부(酌婦)같은 여인이 다시 요염한 미시로 보이는

게 아니겠어요?  나는 몇 번씩이나 눈을 비비고 또 비비고 나서 렌즈

의 초점을 다시 맞추보았지만 분명히 늘 보아오던 그 여인이 틀림

없었어요. 나는 다시 혼란빠져 허우적대기 시작했답니다. 카메라

사용설명서를 읽어보고 렌즈 성능에 대하여 인터넷을 뒤지기도 했

어요.

 

 내 나이 이제 불혹인데 벌써 노안(老眼)이 되었나? 아니면 내가 지

금 술을 마셔서 헛것을 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나는 세면을 하고 눈

에 안약도 넣고 심호흡을 조절하면서 심장의 고동을 일정한 박자로

안정시켰어요. 그리고 다시 렌즈의 초점을 맞추었지요. 참말로 환장

하겠더군요.

 

 내 눈이 이상한 것인지 아니면, 그녀가 구미호(九尾狐)라 무슨 조화

(造化)를 부린 것인지 분간이 안 가더군요. 나의 심장은 콩닥거리다

가 점차 쿵덕거리며, 많은 량의 피가 전신으로 퍼져나갔어요. 이상하

게 내 양볼이 빨갛게 물드는 듯 했어요. 이건 필시 귀신의 조화가 틀

림없다고 판단되자 갑자기 온몸에 소름이 쫙 돌면서 무서운 기운이

엄습해 왔어요.

 

 나는 다시 한 번 후둘 거리는 양 다리에 힘을 주고 천천히 그리고

침착하게 렌즈에 초점을 맞추었어요. 그런데 어쩐 일인지 그녀는

러닝머신의 방향을 바꿔놓고 달리기를 하고 있었어요. 등을 내가

있는 쪽으로 돌리고 뛰는 모습은 정말로 환상적이다 못해 몽환적

이기 까지 했어요.

 

 그녀의 잘 발달된 신체 중심 부분의 육덕이 확연하게 렌즈에 들어

오면서 나는 오르가즘에 도달할 때처럼 밭은 숨을 토해내고 심장

박동 수가 급히 오르며 오랜만에 희열을 맛 볼 수 있었어요. 좌우로

절묘하게 대칭되는 그녀의 찬란한 육덕(肉德)은 오랫동안 금욕생활

을 해온 나에게 큰 고통이자 호연지기의 인내를 시험하는 시금석(試

金石)이나 마찬가지였어요. 비록 뒷모습이긴 하지만 나의 오랜 세월

눌린 욕구불만을 해소하고 이성에 대한 환상의 날개를 펼치는 데

조금도 부족함이 없었어요.

 

 촉수에 의한 강제된 희열보다 자연스러운 시각적 이상을 선호하는

나에게 그녀의 뒷모습은 그야말로 신세계를 개척하려는 나의 뉴프론

티어 정신을 확고하게 하기에 충분조건을 지니고 있었어요. 30분

이상 제자리에서 달리기를 하던 그녀의 등에 촉촉하게 물기가 번지

더니 곧 그녀는 상의를 훌렁 벗어던지고 계속 달렸답니다.

 

 그녀의 탄탄해 보이는 젖가슴을 감싸주던 브래지어 끈이 늙은 총

각의 시선을 사로잡고 놓아주질 않더군요. 나는 오늘 하루 일어났

던 일들을 까맣게 잊고 습관처럼 셔터를 눌러대기 시작했어요. 그녀

의 풍만한 하체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몸에 착 달라붙는 흰색 스판

텍스 7부 바지는 잠자고 있던 나의 미적 감과 이성(異性)에 대한

향수를 불러 일으켰답니다.

 

 나의 관음적 행동이 사회 미풍양속을 현저히 해치고, 순진한 십대

들의 성모럴을 극심한 혼란에 빠트렸다면 당연히 질타를 받아도 할

말이 없겠지요. 하지만 은밀히 나만의 공간에서 귀신도 모르게 즐기

는 행태에 대하여 지그문트 프로이드(S, Freud)나 카를 구스타프

융(C, Gustav Jung) 같은 이는 어떤 새로운 정신분석학적 패러다임

을 제시할지 몹시 궁금했어요.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보수층들은 아마 나 같은 사람을 보면

‘공공의 적’으로 몰아붙이며, 내 목숨까지도 빼앗으려 들었을 겁니

다. 성을 억압하면 할 수록 나 같은 부류의 인간들이 기하급수적

로 늘어날 겁니다.  나처럼 음지에서 살면서 이 사회에 아무런 해(害)

를 주지 않는 다면 칭찬받아야 마할 겁니다.

 

 만약 음지에서 소리없이 활동하거나 인도 갠지스강 변에서 뼈를 깍는

행을 감내하는 이름없는 성자(聖者)같은 사람들이 헌법에 명시되어

있는 행복추구권을 요구하며, 서울 종로나 명동 한복판을 활보하고

나체 혹은 반나체의 행색으로 가두시위를 벌인다면 참으로 암울한 시

국이 될 겁니다. 그러니 정부나 각종 사회단체에서는 음지에서 수행하

은자(隱者)들의 신경을 건드리는 일은 없어야 해요.

 

 그동안 우리는 얼마나 많은 이데올로기에 포장된 제도에 하늘이 내

려준 아름다운 성(性)이 억압 받아왔는지 잘 아시잖아요. 봉건적이고

폐쇄적이며, 또한 수구적 봉건윤리는 권력자들의 손에서‘전가(傳家)의

보도(寶刀)’처럼 활용되어 왔잖아요. 그러면서 그들은 뒤로는 온갖

해괴망측한 놀음을 탐닉하다 패가망신한 경우를 부지기수로 보아 왔

잖아요.

 

 옛날에 성(性)은 그저 생식(生殖)과 번식(繁殖)을 위한 것이었다면 지

성(性)은 쾌락과 행복을 추구하기 위한 수단으로 변질되었지요.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라고 봐요. 성적(性的)으로 윤택한 생활을 즐기

는 자야 말로 진정한 천부인권적 삶의 풍요를 누리는 사람이지요. 그런

데 상당수 많은 하이칼라들의 뇌리에는 성(性)이란 불결하고 음침한

거라고 각인되어 있잖아요. 아니, 교육 받는 과정에서 강제된 것이지

요.

 

 자신들은 입으로는 그렇게 떠들어 대면서 뒤로는 정반대의 행동을

하니 정말이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어요. 그런 부류의 사람들에 비

하면 나 같은 사람은 정말로 순수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어요. 따라서

홍등가는 필요 악이라는 말이 살아 꿈틀거리는 겁니다. 성욕은 인간

의 가장 기본적 욕구 아닌가요?

 

 그 욕구를 해소하는 방법이나 과정이 얼마나 아름답고 로맨틱 하냐

따라 대상자들은 스타가 되어 돈방석에 앉기도 하고 혹은 성폭행

이니, 미투(Me Too)니 하는 만백성들이 만들어 낸 올무에 걸려 차가

수갑을 차고 교교한 감방에 갇히는 신세가 되기도 하지요. 대표

적인 예로 시대를 앞서가던 어떤 유명 시인과 정치인은 손을 잘못

놀렸다는 아름다운 죄명으감옥살이를 하고 있잖아요.

 

 조선시대 여성의 해방을 부르짖으며, 사대부가 며느리들 한테 미

니스커트를 입고다니라고 선동했다면 그가 누구인지 모르지만 한

양의 운종가 한 가운데서 능지처참의 형벌을 받았을 게 분명해요.

그 능지처참의 형벌을 명령한 나리님들은 음침한 달밤에 종자들을

대동하고 앞 다퉈 다동(茶洞)으로 몰려가 희멀건 허벅지와 한양의

바람둥이들의 오족을 마비시키는 신비스러운 샅을 지닌 기녀를 보

기 위하여 달려 갔을 테고요. 

 

 지난 역사에서 사라진 제국들의 멸망 과정을 들여다보면 반드시

쾌락의 추구가 원인되었답니다. 목욕문화가 잘 발달했던 로마가 그

렇고, 자식의 아내, 즉 며느리인 양옥환(梁玉環)을 강제로 빼앗아

귀비(貴妃)라싸구려 첩지를 하사한 뒤 자신의 성적 노리개로

삼다가 나라를 말아먹은 멍청한 당나라 현종(玄宗)을 보면 성(性)이

얼마나 위대한지 알 수 있잖아요. 오죽하면 경국지색(傾國之色)이

란 말이 생겨났겠어요. 성(性)을 어쩌면 불과 비유해도 될 겁니다.

 

 잘 사용하면 인류에게 큰 문화적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반면에 자칫

정신을 놓으면 인류를 멸망에 몰아넣은 악마의 불꽃이 되어버리니

까요. 나는 그녀가 운동이 끝나고 그녀의 아파트 거실 등이 꺼질 때

까지 온갖 망상을 떠올리면서 새벽이 훨씬 넘도록 거실을 서성거렸

답니다. 그녀가 이혼녀라도 좋고 시집을 못가 쓸데없이 나이를 먹어

세상의 남자들을 비난하고 있는 히스테리컬한 여자라도 좋아요.

 

 오늘 촬영한 사진을 컴퓨터 화면으로 띄워놓고 보면서 침이 마르도

록 찬사를 늘어놓기도 하고 아침에 보았던 여인은 전혀 다른 여자였

다고 스스로 마음을 치유해가면서 JPG파일에 담은 그녀의 뒤태를 감

상하였어요. 사람이 사람을 속이고 기계를 속일지라도 기계가 사람을

속일 리가 없잖아요.

 

 그렇게 여명이 밝아 올 무렵 나의 하루 일과를 대충 마무리 하고 다

천근같은 눈꺼풀을 올려가며, 아침 산책을 나갈 준비를 했답니다.

분명히 그녀가 아침 운동을 하러 나올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지요. 오

늘은 시커먼 기계대신 똑딱이 디지털 카메라를 들고 나가기로 했어요.

도대체 내 눈을 믿을 수가 있어야지요.

 

 

 

 

                                                                                                -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