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운사 가는 길
선운사 극락교
선운사 가는 길
- 어머니 前 上書 -
- 여강 최재효
당신 혈육으로 세상에 나온 일은
거부할 수 없는 운명이었고
이미 오래 전부터 예정된 일이었으며
우주의 대사건이 분명했어요
어머니, 저 고목에 무수한
일편단심一片丹心들을 보세요
당신의 평생 자식 사랑도 저럴 거에요
어딜 가시던 그 색은 바래지 않을테죠
알고 있답니다
당신께서 손수 꽃 가마를 준비하시고
아무도 모르게
만가輓歌도 미리 부르고 계신 것을요
당신께서 윤회의 고해苦海에서
자유로워 질 수 있다면
육도六道를 천만번 돌고 돈다 하여도
불평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당신 가슴에 박혀
녹슬어가고 있는 무수한 못들을
하나도 남김없이 뺄 때까지
천년만년 기다려주셔야 해요
- 창작일 : 2010.11.13.13:00
전북 고창 선운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