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세 송이
꽃 세 송이
- 여강 최재효
비 그친 뒤 산빛 더욱 새롭고
하늘은 가을호수가 되었네
반달은 나뭇가지 사이를 흐르는데
매미의 절규에 눈물이 도네
달은 억만년 꽃이고
매미는 한 여름 꽃이라네
해 뜨면 흔적 없이 사라지는
아침 이슬 같은 우리네도 꽃은 꽃이라네
수줍게 웃으며
살며시 다가와 속삭여주고
어깨 보듬으며 함께 울어 준다면
그도 역시, 참한 꽃이라 부를 수 있겠네
허공에 만억년 무상無常한 저 임
밤낮 전생前生의 한을 풀어내는 작은 임
연못에 빠진 달을 주우려는 소년
비 그친 뒤 산빛 더욱 깊고
하늘은 반쯤 내려왔네
달은 무언으로 조용히 지나는데
매미 선혈鮮血에
수유須臾의 이슬 꽃도 붉게 물들어 가네
- 창작일 : 2010.8.18. 20:00
[주] 수유(須臾) - 잠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