梧月
- 여강 최재효
대여섯 살쯤 되었을 거야
사내는 임이 화사한 자태로
시퍼런 오동나무 가지에 걸리는 날이면
낮부터 흥얼거렸어
그 사내가 무척 부러웠지
사내는 오래전 바람의 친구가 되었지만
오동은 아직도 저렇게 뻔뻔해
그니네 집 가는 모래길도 그대로고
내일이 무료하다면
그건 죄악일거야
오늘은 어제 저승 든 이의 희망이거든
임께서 저리 반쯤 불콰하신 날이면
누군가 이별가를 부르고
누구는 환희의 찬가를 부를 테지
그날 밤, 그 사내가 임을
과수댁 튼실한 육덕肉德으로 봤을 때처럼
오동잎에 밤이슬 맺히는 새벽이 되면
소년은 선몽先夢을 할 수도 있겠어
선혈鮮血로 물든 하얀 모랫길을
그 사내가 되어 홀로 걷는
- 창작일 : 2010.06.23. 21:00
[주] 梧 - 오동나무 오 그니 - 그이의 경기도 방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