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C 몰이꾼
21C 몰이꾼
- 여강 최재효
누군가 채찍을 들고 서있다
얼굴을 볼 수 없어 다행이다
사방팔방에서
갑자기 경적소리가 난무한다
발도 버리고
손도 남겨 둔 채 도망가야 했다
그나마 한쪽 눈은 붙어 있었다
천 길 낭떠러지 위에
토끼가 된 자들이 떼로 몰려서
하늘만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이미 그 곳에 있었다
아래에서 부터
우우하는 함성이 들려온다
죽을 힘을 다해
꽁무니를 빼다 흘낏 뒤돌아보았다
아, 요철로 범벅 된
내 유년의 허상들이 일그러진 얼굴로
내게 채찍을 휘두르고 있는 것이다
불콰해진 낮달은 모르는 척 했다
- 창작일 : 2010.1.23. 18: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