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길
눈 길
- 여강 최재효
햇살이 무른 시간에 걷는다
그녀는 동쪽 하늘 아래 살고 있다
가도 가도 끝이 없는 설원
올해는 연초부터 행복하다
내년이면 심연深淵의 사진첩에서
더욱 희미해질 것 이다
차가운 속을 오뎅국물로 달래고
다시 발길을 재촉한다
세월이 쌓일수록
강설량은 예전보다 두터워지고
동녘을 바라보는 횟수도 늘었으며
귀는 풍문에 더욱 예민해졌다
길가는 여인을 유심히 훑는다
보조개가 보이지 않아
두 주먹을 움켜쥐고 부르르 떨며
미친놈처럼 실실 웃는다
가등街燈도 삐에로를 보고 깔깔댄다
도심엔 길이 너무 많아 탈이다
- 창작일 : 2010.1.9. 1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