쩐(2)
쩐
- 여강 최재효
終
[과장님, 재미있게 보셨는지요? 조금 전에 한 약속은 반드시
지키셔야겠지요? 아니면 과장님은 졸지에 세계적인 포르노 스
타가 되실 겁니다. 그리고 양손에 쇠고랑도 차야 하겠지요. 돈
이 입금되는 대로 모든 것은 없었던 일이 될 것입니다.]
이씨의 휴전전화에 메시지가 떴다.
이씨는 컴퓨터전문가와 상의하여 보았지만 외국에서 운영되고 있
는 사이트라서 국내의 사이버수사대에 의뢰하여도 뾰족한 방법이
없다고 하였다. 그는 여러날을 고민하였지만 뾰족한 수가 없었다.
‘아아, 내가 세상을 너무 우습게 보았구나. P가 결국 나를 파
멸시키기 위하여 고의적으로 접근 하였더란 말인가? 만약 내가
저들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어찌될 것인가? 나는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되고 말겠지. 그놈들이 구체적인 내역을 가지고 있으
니, 그리고 사진이 성인 사이트에 공개되면 나는 졸지에…….
나쁜 년. 내 제년을 그리 예뻐해 주고 해달라는 것은 무엇이든
다 들어주었는데 내 목덜미를 물다니. 십억쯤이야 내 그동안 긁
어모은 전 재산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 좋아, 윤회장과 하사
장 그리고 황회장에게 세무조사를 미끼로 돈을 뜯어내야지.’
이씨의 전 재산은 부동산과 동산을 합하면 50억 원이 훨씬 넘
었다. 이씨는 다음날로 평소 호형호제하던 기업체 대표들에게
전화를 걸어 은근히 세무조사 운운하면서 돈을 뜯어내기 시작하
였다. 이씨의 협박에 대항하는 간 큰 사업가는 없었다. 일주일
만에 기업체사장들로 부터 목표 금액을 수금한 이씨는 돈을 입
금시켰다.
그러나 P와 두 사내로부터 아무런 연락이 없었고 이씨의 뇌물
수수혐의가 관할 경찰서 정보팀에 포착되면서 이씨는 경찰조사
를 받게 되었고 곧 구속되었다. 이씨는 징역 2년의 실형과 벌금
40억 원을 추징당했다.
1년을 감옥에서 보낸 이씨는 정신착란 증세와 신경쇠약, 고혈
압 등으로 병보석이 허가되어 출감하였고, 가족과 주변의 싸늘
한 시선을 견디지 못하고 가출하였다. 이씨의 나머지 재산은 C국
에서 귀국한 그의 처가 모두 처분한 뒤였다. 이씨는 수도권 역전
을 전전하다가 이곳으로 흘러들어 간신히 병든 몸을 지탱하고
있는 딱한 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