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 여강 최재효
내일도 구차한 존재를 알 수 없어
억지로 몽유병 환자 되었고
활화산 같은 심장은 조용해졌네
그 날도 오늘처럼
가슴 설레는 초록비가 내리고
七月 장미보다 진한 임의 향기는
벙어리 소년의 눈을 멀게 하였지
매화가 동면에서 깨어 난 오늘
정말로 나는 나를 잊고
저녁 연기 같은 세레나데를 부르며
겁 먹은 세월을 탓해야 했네
정녕,
입술 하얀 소녀는 어디로 갔는지
그 때, 그 꽃
달력처럼 또 찾아와
빨간 입김을 불고 있는데
앙상한 백골만 간직한 少年의 몸에
다행히 그날 향기가 잔잔하네
- 창작일 : 2009.03.23. 0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