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아리랑(2)
홀로 아리랑(2)
- 여강 최재효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 한다. 이성간의 화합은 단순한 인연이 아니라
운명이라 봐야 한다. 흔히 말하기를 부부는 전생의 불구대천(不俱戴天)
사이가 이승에서 다시 만나 현생에서 이 전에 못 다한 성정을 풀라는
윤회의 의미가 있다고 강조하는 사람도 있다.
일부종사, 현모양처, 백년해로, 부창부수, 모두 부부의 업장(業障)을
대변하는 말이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20여년 가까이 살다 어느 날 부부
가 되어 가정을 이루는 일은 신중한 판단이 요구되는 중차대한 일이다.
부부가 되는 일을 인륜지대사라 하지 않던가. 만남이 선연(仙緣)이 되었
든 악연(惡緣)이 되었든 일단 심신이 합의되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그 만남은 운명이면서 숙명(宿命)이기도 하다.
예전에는 혼인을 앞두고 부부가 될 남녀의 사주팔자를 보며, 천생연분
인지 아닌지를 따지기도 하였다. 문자로 풀어 사람의 오묘한 신체조건과
감성을 풀어낸다는 것이 얼마나 허황된 일이던가. 천생연분은 두 사람이
만들어 나가는 일임을 천지신명은 잘 알고 있으면서도 그동안 모르쇠하고
있었다.
혼인한 부부 중에 천생연분 아닌 사람들이 있는가. 본분에 충실하면 그
것이 곧 천생연분이 되는 지름길이 아니겠는가.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문명의 이기(利器) 덕분에 부부 사이가 위험에 처하고 있다.
‘이제 그 동안의 억지 연극을 마칠 때가 된 거야. 나도 참을 만큼 참았
어. 제2의 인생을 시작해야 해. 지난 20년 세월은 생각하기도 싫어. 지
긋지긋해.’
형욱은 늘 자신과 딸을 잡도리 하려드는 아내의 얼굴을 그려보았다.
독선과 아집으로 똘똘 뭉친 고집불통의 아내가 형욱은 싫었다. 집안
에서 아내의 말이 늘 옳았고, 회사생활을 충실히 한 대가로 자신은 세
상물정도 모르는 바보여야 했다. 물론, 형욱이 아내에게 꺼둘려 산 덕
분에 두 딸들이 조기 유학을 갈 수 있었고, 형욱 자신도 외국에서 딸들
과 여유롭게 지낼 수 있었다.
말 수가 적고 매사 수동적으로 변한 형욱은 언제나 아내의 그늘에
가려 살아야 했다. 남편의 봉급, 심지어 수당까지 모두 챙기며, 악착
같이 집안 살림을 하는 아내를 두고 주위에서는 현모양처니 억순이
니 하는 별칭을 붙여 주었다.
아내는 교사답게 논리적인 언변과 행동으로 그렇지 못한 형욱을 늘
압박해 왔다. 결기 강한 아내 밑에서 형욱은 가정이나 회사에서 조차
동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조용한 사람이 되어갔다. 형욱은 그동
안 H와 부부로 살면서 몇 번이나 이혼을 결심했지만, 딸들과 자신과
아내의 사회적 입장 때문에 차마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주저했다.
‘그래, 이제 때가 온 거야. 주변에 눈치 볼 사람도 없고, 내 마음 내키
는 대로 살 수 있는 호기가 찾아온 거야. 미욱하게 살아온 나는 이제
환골탈태해야 해. 이때를 놓치면 난 평생 후회할 거야.'
“허니, 무얼 그리 골똘히 생각해?”
어느새 자리에서 일어 난 수지는 형욱의 등 뒤로 다가와 형욱을 꼭
안았다. 한국에 있는 남편도 자상한 편이지만, 형욱보다 섬세한 면에
서는 한 수 아래였다. 형욱은 수지의 마음을 손금 보듯 하면서 조그마
한 일까지 손수 챙겨주거나 수지 몰래 처리해 주었다.
외국에서 배우자나 친정 그리고 친가 식구들과 떨어져 두 아이들과
생활하는 각자의 처지가 기혼남녀의 자연스러운 혼외정사를 가능케
했다. 수지는 형욱의 다부지면서 넓은 등을 좋아하였다. 형욱이 당장
이전의 이력을 모두지우고 자신과 새로운 인생의 길을 찾자고 하였
지만 그녀는 두 아이들 교육이 많이 남아 있는 관계로 도저히 그렇게
할 수 없었다.
서울에서 자신만 믿고 있을 남편을 생각하니 수지는 가슴이 아렸다.
아이들을 데리고 조기 유학 온 지도 벌써 4년이 되었다. 앞으로 두 아이
들이 최소 대학까지 들어가려면 삼사년은 더 있어야 했다.
“앞으로 전개 될 우리들의 미래에 대하여 곰곰이 생각해 봤어.”
“그랬어요?”
수지가 형욱의 가슴을 문지르며, 다음 이야기를 주목했다.
“한국에 있는 아내에게 내 명의로 된 집과 약간의 부동산을 처분해서
보내라고 하려고.”
“그럼, 형욱씨 아내는 어디서 살라고요?”
수지의 두 눈이 휘둥그레 졌다.
“육개월 동안 월세에 있으라고 하면 되지. 그것도 못 참으려고?”
“그 돈을 어떻게 하려고요?”
“이곳에 집을 사려고. 당신과 정식으로 결혼하지는 못했지만 부부처럼
지내고 싶어.”
형욱의 말 한마디마다 고뇌와 갈등이 얼켜있는 듯 했다.
“형욱씨 아내는 어떻게 하고요?”
“그 여자에 대하여는 더 이상 생각하고 싶지 않아. 당신과 함께 다정하
게 있는 모습 보면 돌아가겠지.”
“너무 잔인해요.”
“난, 지금까지 그 여자에게 잔인하게 당해왔어. 이제 내가 반격을 할 때
가 되었어. 아무리 부부라고 하지만 어느 한편이 반대편의 의사를 억누르
고 좌지우지하려고 하면, 그 계약은 이미 백지장에 불과하게 되는 거야.
나와 그 여자 사이에 체결한 결혼 계약서는 이미 그 의미가 없어졌어. 그
여자나 나나 이제 혹이 어느 정도 떨어진 상태니, 각자 미지의 영역을 새
로 개척해야지. 더 늦기 전에 말이야.”
형욱은 다시 담배 한 가치를 입에 물었다.
“형욱씨, 담배는 건강에 안 좋대요.”
수지가 형욱의 입에서 담배를 빼냈다. 형욱은 수지의 행동 하나하나가
너무 귀엽고 마음에 들었다. 진작에 수지를 만나지 못한 것이 억울했다.
‘이런 여자를 아내로 맞이한 그 남자는 참으로 복이 많은 남자로다. 결
혼이라는 틀에 묶여 제대로 목소리도 내지 못하고 살아온 나 같은 남자
에게 너무나 과분한 여자야. 그러나 이제부터 내 여자가 되었으니 절대
로 놓치지 않을 거야. 절대로.’
형욱은 주억거리며, 창밖을 응시하였다.
“형욱씨 나 추워.”
수지가 형욱의 가슴에 안겨왔다.
“그래? 그럼, 우리 다시 연애할까?”
곁에 있어도 늘 그리운 여인이었다. 형욱은 수지가 잠시라도 보이지
않으면 금단현상을 느낄 정도였다.
“어머? 금방 연애하고 또?”
“난, 수지와 있으면 마음이 편하면서도 자꾸만 당신의 뽀얀 속살결을 만
지 싶어 미치겠어.”
“허니, 아니 형욱씨는 정말 대단한 남자야.”
수지는 배시시 웃으며, 형욱의 엉그름진 입술에 진한 핑크빛 입술을 갖다
댔다. 입술과 입술이 접촉하면 예상치 못했던 상황이 전개되기 일쑤였다.
“서울에 있는 당신 남편은 어떤 남자인데?”
“허니, 남편 이야기는 하지 말라고 했잖아요.”
“그냥, 궁금해서…….”
“그이는 형욱씨만큼 절륜한 정력도 없어요. 그냥 무조건 나를 좋아해요.
뭐랄까, 일종의 집착이라고 할까?“
“아니, 아내에게 집착을 한단 말이야? 그럼, 어떻게 이렇게 오랜 기간 떨
어져 살아?”
형욱은 수지의 달콤한 입술을 탐하면서도 그녀의 이야기에 두 귀를 쫑끗
세웠다.
“남편의 고강도 인내심이 가능케 하고 있겠지요. 먼 훗날, 자신의 좀 더
나은 생활과 아이들의 미래를 보장해 주기 위하여 자신의 욕구를 억누르
고 있는 거겠지요. 형욱씨 아내처럼요.”
“만약 당신 남편이 이런 사정을 안다면 어떻게 할까?”
수지는 창밖에 펼쳐진 푸른 하늘을 멍하니 바라보면서 잠시 상념에 빠진 듯
했다. 수지의 젖가슴에서 따뜻한 기운이 형욱의 가슴에 전해지면서 다시 욕
망이 고개를 들었다.
“아마, 서울에 있는 남편이 이런 사실을 알면 그 이는 자살하거나 정신 이
상자가 될 거예요. 심한 배신감을 맛보면서 세상의 모든 여인들에게 적대감
을 갖거나 머리 깎고 산에 들어갈 남자라고요. 그이는…….”
“아닐지도 모르지. 그건 어쩌면 수지가 착각을 하고 있을지도 몰라.”
“착각?”
“응, 심한 착각.”
“어째서요?”
형욱의 품에 안겨 있다가 상체를 들고 형욱을 올려다 보았다.
“변함없는 사랑이니, 돈독한 부부애니 또는 절개니 하는 건 모두 시인이나
소설가 아니 먼 옛날 위정자들이 지어낸 개똥같은 말이지. 자신들의 추종자
나 백성들을 훈육시키기 위해서 말이야. 세상에 변함없는 사랑이 어디 있어?”
“어머나? 허니, 그럼, 저도 언젠가는 형욱씨 아내처럼 끈 떨어진 뒤웅박 신
세가 될 수도 있겠네요?”
“바보. 사랑은 늘 보고 있어야 하고, 항상 서로의 가슴을 보듬어 줘야해.
그리고 서로를 자신의 목숨보다 더 소중하게 여기고 서로의 자리를 인정해
줘야 하는 거야.”
“서로의 자리?”
“응, 서로의 자리. 상대를 자신의 종속적인 물건으로 생각한다거나, 하인 쯤
으로 생각한다면 서로에게 불행이 초래 되겠지. 결혼한 남자는 남자대로 자
신의 세계가 있는 거야. 그런 남자들을 자꾸만 가정에 속박시켜려 한다면 언
젠가는 그 가정은 풍비박산이 나지. 기차 바퀴가 일정한 철로 위를 달리게 마
련이지. 인생도 종착지점이 뻔 한 철로를 달린다고 생각하면 너무 슬퍼. 단조
로움은 결국 개인뿐만 아니라 인류에게 큰 불행이야.”
“그럼, 부부는 어떻게 살아가야 현명한가요?”
수지의 눈이 빛났다. 마치 위대한 철학자로부터 인생의 철리와 묘법에 대하여
듣는 자세 같았다.
“부부는 서로를 인정해줘야 해. 남편은 아내와 자식 그리고 가정을 책임지지.
그러나 그것은 우리가 농경문화나 가부장적 사회, 즉 부계(父系)사회에서 당
연시 되었던 것이고, 모계(母系)사회로 변질되어버린 요즘은 여자는 남편과
동등하다고 생각하는데서 불행의 씨앗이 싹트고 있어.”
“어째서요?”
수지의 큰 눈이 반짝거리며 형욱을 바라보면서 무슨 답이 나올지 궁금해 했
다.
“지금 대한민국 사회의 중추적인 계층은 60년대 중반에서 70년대 중반에
태어난 세대들 인데, 그들 대부분은 아버지는 가정의 중심이고 어머니는 아
버지를 보필해야 하는 아름다운 현모양처의 모습을 보고 자란 세대들이야.
그런데 아내들이 직장에 다니고 남자들과 동등한 입장을 고수하면서 부부
사이에 서서히 금이 가기 시작하고 있어. 기혼 여성이 직장을 다닐 수 있는
것은 남편의 묵시적 승인이 있어야 가능한 거야. 남편이 아내에게 직장을
그만두지 않으면 당장 이혼하겠다고 해봐, 어떤 여자가 가정을 깨면서 직장
에 다니려고 하겠어.
그런데, 요즘에는 가정이 깨지는 경우가 있어도 직장은 고수하겠다고 하는
아내들이 차차 늘어나고 있다는 거야. 남자들 입장에서 보면 참으로 분통 터
지는 일이지. 자식들이 있는데 함부로 이혼을 결정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매일 부부 싸움을 할 수도 없는 일이지. 해서, 속으로 벙어리 냉가슴 앓는 중
년의 가장들이 많아. 한마디로 가정으로부터 이탈해 겉도는 거지.”
수지는 조용히 형욱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신의 처지를 생각하고 있었다.
“형욱씨 말이 맞는 거 같아요. 우리 언니들도 이제 와서 집에 들어앉아 살
림이나 하면서 인생을 썩히는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고 하면서 자주
형부와 싸운 다고 하는데, 이제는 형부도 언니들도 서로의 일정한 영역을
인정하면서 그냥저냥 산대요. 언니들도 미스 때부터 직장엘 다녔거든요.
내가 형부 입장이라도 화가 날 것 같아요. 집에 들어오면 늘 썰렁한 집안에
혼밥 먹는 남자가 되어야 하니, 누가 직장 다니는 아내를 좋게 생각하겠어
요.
단지 경제적인 문제 때문에 형부들이 아무 말 못하고 참고 사는 거지요.
그런 거 보면 직장 다니는 아내를 둔 남자들은 참 불쌍해. 제대로 된 식사나
옷을 차려 입을 수 없을 테니. 언젠가 형부를 보았는데, 와이셔츠 카라에
때가 끼고 다림질도 되어 있지 않았더라구요. 제가 언니에게 뭐라고 하니
까 언니는 되레 나에게 성질을 내면서 남자는 손이 없니 발이 없니 하더라
고요.”
형욱은 자신의 처지를 이해해 주는 수지가 너무 예뻐 보였다.
“당신은 남자들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구먼. 난 아내가 한국에 있을 때
당신처럼 남편의 처지를 이해해 주고 늘 미안한 생각에 나를 따뜻하게 대
해주었다면 내가 이렇게 나가지 않지. 그 여자는 내가 죽을 때 까지 나를
물가에 있는 어린 아이 취급을 할 거야. 난 그런 그 여자의 정신 상태에 화
가 나. 일주일 내내 우린 밥 한번 함께 먹어본 기억이 별로 없어.
나 보다 더 빨리 아침 일찍 학교에 나가고, 난 대충 우유 한잔에 식빵 구
워먹고 출근하면 그만 이야. 그 여자는 저녁 때는 각종 모임이나 연구과
제 때문에 늘 밤 11시 넘어야 귀가하니 가정에 무슨 행복이 존재하겠어.
또 휴일이면 이런 저런 핑계로 집을 비우니, 난 휴일이면 늘 집 지키는
강아지 신세였다구. 뼈다귀 하나 물고 그저 하루 종일 집이나 지키는 불
쌍한 강아지.”
“형욱씨, 그만해요. 가슴 아파요.”
“그래, 그만하자.”
“우리 술 한잔해요.”
“응, 그래. 오늘은 딸들이 모두 늦는다고 했어.”
수지는 언더락스 잔에 얼음을 채우고 형욱이 평소 마시던 헤네시를 7부쯤
채웠다.
“당신이제 내 취향까지 정확히 알고 있네.”
“형욱씨, 전 그래스하퍼 한잔 만들어 주세요.”
“응, 그래. 당신도 이제 칵테일에 전문가가 다되었어.”
“모두 형욱씨한테 배운 건데요?”
능숙한 손놀림으로 형욱은 쉐이커를 잡았다. 크림 드 멘트 그린, 크림 드
카카오 화이트, 크림을 각각 30 ml와 얼음 두 덩이 넣고 쉐이커를 멋지게
흔들었다. 녹색 술이 잔에 따라져 수지 앞에 놓여졌다.
“어머나, 예뻐라. 역시 형욱씨는 최고야.”
“칵테일만 최고야?”
수지는 형욱의 말 뜻을 얼른 이해하지 못한 듯 했다.
“…….”
“바보, 푹신한 침대 위에서 그것도 최고며…….”
“아이-, 자기는 너무 야해.”
수지가 그래스하퍼(Grasshopper) 잔을 들고 까르르 웃었다. 여인의
웃음 소리가 얼마나 윤기가 찰찰 넘치던지 형욱은 얼굴이 벌겋게 달아
올랐다.
“수지, 이 그래스하퍼 마시고 메뚜기 이상으로 시범을 보여야 해.”
“어머? 점점.”
두 사람은 동시에 언젠가 형욱의 요구에 의해 젠나제임스의 체위를 흉
내 냈던 모습을 생각해 내고 즐거워했다. 홀리오이글레시아스의 부드러운
음성이 방안에 가득했다. 술이 적당하게 오른 형욱은 수지의 손을 잡았다.
“수지, 우리 춤 한번 출까?”
“네에.”
형욱의 왼손이 수지의 백옥 같은 손을 잡고, 오른손은 그녀의 풍만한 뒷태
를 쓸어내렸다. 그의 손에 힘이 들어갈 때마다 수지의 입에서 엷은 파열음
이 하얀 치아 사이로 흘러내렸다.
“수지야.”
“네에?”
“나 정말로 사랑하고 있는 거지? ”
"그럼요. 이 세상에서 당신이 최고에요. 이제 저는 당신 없으면 단 하루도 살
수 없어요. 정말이에요.“
“나도 마찬가지야.”
“형욱씨, 사랑해요.”
형욱의 투실한 양 손아귀에 더욱 강한 힘이 들어가자 수지의 붉은 입술이 잘 익
은 석류처럼 벌어졌다.
“수지, 고마워. 우린 죽을 때까지 절대로 이 마음 변하면 안 돼. 알았지?”
“네에. 저승 가서라도 형욱씨를 잊지 않을 거에요.”
“수지-.”
형욱은 하부에서 통제할 수 없는 욕망이 서서히 고개를 드는 것을 느꼈다.
수지는 그것이 은밀한 부위를 자극하는 것을 알면서도 전혀 거북
해 하지 않았다. 형욱의 손이 수지를 지분거리자 그녀는 금방 열
기에 휩싸였다.
“수지, 나 준비된 거 같은데…….”
“…….”
한쪽에 두 사람만을 위한 화려한 무대가 준비되어 있었다. 형욱이 수지을
덥석 안더니 그곳으로 갔다. 두 사람만을 위한 무대 위에는 사철 피어 있는
꽃들로 아름답게 꾸며져 있었다. 금방 활화산이 된 두 사람의 몸짓이 격렬
하면서도 부드럽게 이어졌다. 두 사람의 욕망이 풍선처럼 부풀어 올랐다.
조금 더 부풀면 폭발할 것 같았다. 수지는 형욱의 요구대로 젠나제임스의
묘한 자세를 취했다. 마치 메뚜기 방아를 찧는 모양새 였다. 수지의 요분
질에 형욱은 니르바나를 향해 달려 갔다.
“형욱씨, 나 좀 어떻게 해줘요.”
30여분의 희열, 탄성, 한탄이 가미된 리얼한 말들이 터져나오고, 지옥, 천
국, 절정이 함유된 몸짓이 이어졌다. 기어이 천정이 무너져 내릴 것 같은 화
산 폭발과 용암이 분출되면서 열락의 시간이 마감되고 있었다.
- 계속 -